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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회계재무

2019년 리스회계의 변경, 재무제표에서 바뀌는 것과 투자자가 주의해야 할 것들

by 희번득 2020. 3. 24.

한번씩 회계기준이 변경될 때 마다 갈수록 정보격차가 커짐을 느낀다. 모르는 사람들은 계속 모르게 된다. 공부하지 않으면 대체 얼마나 뒤쳐지는 걸까? 종종 일어나는 회계기준 업데이트에 대해서, 가끔씩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질 높은 회계정보를 제공하려고 노력하는 회계업계 관련 종사자들에게는 존경심이 있긴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렇게 기준을 갈아 엎음으로 인해 회계사들의 일거리가 지속적으로 만들어 지는 상황을 매번 목격한다. 기준이 복잡해지면 복잡해 질 수록 소위 전문가들은 일감을 얻고 돈을 번다. 그리고 그 정보를 이용하는 일반인 및 투자자들은 주의해야 할 것이 늘어나고, 공부해야 할 것들이 많아진다. 

 

개정된 새로운 IFRS1116호(리스)는 19년도 1분기 재무제표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다. 

출처: 헤럴드경제

 

20년 3월 하반기인 지금 시점에 속속들이 19년도 감사된 재무제표가 발표되고 있는데, 모두 개정된 리스 회계기준서를 반영하여 변경된 재무제표들이다. 

 

리스회계가 변경됐다고 언론에서 많이들 떠들어 대서, 그 예시로 많이 들었던 '항공사'의 재무제표가 상당부분 바뀐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다. 항공사의 경우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의 항공사가 항공기를 임차(리스)하는 형태로 운용을 하고 있다. 기존에는 항공기 리스료를 판관비로 처리하기만 하면 회계처리가 끝이었지만, 리스회계가 도입되면 항공기를 사용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총 비용을 계산한 후 동일한 금액을 리스자산 및 리스부채로 계상해야 한다. 

 

하지만 항공사만 예시로 소개돼서 그런지, 일반 업종의 재무제표가 리스회계로 많이 바뀔 거라는 건 많은 사람들이 (나 포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 결과, 최근 특정 회사가 발표한 19년도 재무제표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가졌을 것 같다.

 

"아니 왜 갑자기 이 회사가 부채가 이렇게 늘었지...?" 혹은
"아니 왜 갑자기 이 회사가 유형자산이 대폭 증가했지?" 라는 의문이다. 

 

범인은 리스다. 변경된 리스회계 때문에 갑자기 자산과 부채가 동시에 증가하게 된 것이다. 

늘어난 유형자산과 부채의 구성을 정확하게 보지 않으면 이유를 쉽사리 알아차리기 힘들다. 하지만 세부 내역을 자세히 뜯어보면 유형자산 안에 "사용권자산"이라는 게 새로 생겼고, 동시에 부채 안에는 "리스부채"라는 게 새로 생겼음을 알 수 있다.

 

아니, 그런데... 이 회사는 딱히 리스할 게 없는데...
무슨 항공기를 빌리는 것도 아니고, 뭔가 회계가 잘못된 거 아니야?

 

이 경우 범인은 부동산 임차료다. 만약 사옥이 없어서 사무실을 임차하는 경우, 계약기간동안 내야 할 모든 임차료의 현재가치가 리스자산 및 리스부채로 계상된다. 예를 들어, 2년간 사무실 임차계약을 맺고 월 1천만원씩 임대료를 낼 경우, 총 2억 4천만원의 임차료 총계를 회사의 내재이자율로 할인한 금액이 리스자산 및 리스부채로 계상되는 것이다. 만일 회사의 내재이자율이 7%라면, 매월 내야 할 임차료를 연 7%로 할인하여 합산하면 된다.

 

예시에서는 월 1천만원이라는 소액으로 임대료를 가정했지만, 자가 보유하던 사옥을 통째로 팔고 나서 재임차하는 세일즈앤리스백(Sales and lease back; 매각후재임대) 방식을 활용하고 있는 회사라면 임차료가 엄청난 규모일 수 있다. 보통 사업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회사들이 많이 선택한다. 예시로 SK건설이 종로구 관훈동 사옥을 1,060억에 매각하고 5년간 임대한 사례가 있으며, 현대산업개발은 용산 아이파크몰로 사옥을 이전하고 연 74억의 임대료를 내고 입주했던 전력이 있다.

출처:문화일보

 

또, 사옥 뿐만이 아니다. 대규모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리테일 기업의 경우 더 큰 규모의 임차료가 발생하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이마트'이다. 이마트는 단기적으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이마트 부동산을 매각하고 재임차 하는 방식을 택했다. 계약기간은 보통 10년 이상으로 장기 형태이기 때문에, 10년간 내야 할 임차료를 현재가치로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한다. 이 결과 자산과 부채가 크게 증가하게 된다.

자산을 유동화해서 자금은 확보하고 싶은데, 재무제표에 부채로 거액이 계상되는 게 부담스러운 회사들은 리츠(REITs)화를 선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리츠의 경우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는 엄밀한 의미에서 '상품'이므로 상품성이 있어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즉, '팔릴 만한' 리츠여야 하고, 구성된 부동산이 어느 정도 매력도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리츠를 상장한 롯데의 경우, 롯데백화점-롯데아울렛-롯데마트로 자산을 다양하게 구성하여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마트의 경우 신세계백화점(정유경)과 이마트(정용진)의 경영주체가 각각 다른 상황이기 때문에 마트로만 자산을 구성할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고, 오프라인 마트의 실적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태라 자산의 매력도가 떨어져 리츠 구성을 포기했다는 후문이 있다. 

출처: 뉴스웨이

 

리테일 기업 이외에도 외식기업에도 대규모의 리스자산 및 리스부채가 나타날 수 있다. 기존에는 매장 보증금만 자산으로 잡혔지만, 이제는 임차계약기간에 지불하기로 한 모든 월세의 현재가치가 자산과 부채에 동시에 잡히기 때문이다. 직영매장이 많을 수록 외식기업의 리스자산,리스부채 규모가 늘어날 것이다. 외식기업의 18년도와 19년도 재무제표를 비교해 보면 자산 및 부채가 급격히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계약기간동안 지불이 확정된 임차료의 현재가치를 리스자산 및 리스부채로 계상하고 나서는, 매월 정해진 임차료를 지불하면서 동시에 리스자산을 상각하고(감가상각비 계상), 또 리스부채를 차감 처리하면 된다. 

 

※ 실무적으로는 리스자산 및 부채를 계산할 시 여러 이슈가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몇 년을 부동산 계약 기간으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예를 들면, 사무실을 2년 계약하고, 이견이 없을 경우 자동 연장된다고 한 경우 계약기간은 몇 년으로 봐야 하는가?). 그리고 (가만히 놔두면 그냥 왜곡되지 않은 금액만큼 비용처리가 될 텐데 굳이 현재가치로 할인하기 때문에) 할인율에 따라서 자산과 부채가 휙휙 바뀐다는 문제도 있다.

 

결론
2019년도 재무제표를 볼 때는 갑자기 늘어난 자산과 부채에 당황하지 말고, 세부내역을 살펴 봐서 "사용권자산" 및 "리스부채"라는 단어가 있으면, 리스회계로 인해서 늘어났다는 것을 파악하면 된다. 그리고 그 회사가 어떤 형태의 리스 자산이 있는지 체크하고, 부동산과 관련된 임차권이라면 왜 발생했는지 유추해 보면 될 것이다. 사업자금이 부족해져서 사옥을 팔고 재임차를 했을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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